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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09-26 11:2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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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청탁금지법은 2011년 6월 국무회의 시 ‘공정사회 구현, 국민과 함께하는 청렴 확산방안’의 일환으로 가칭 「공직자의 청탁수수 및 사익추구 금지법」제정을 추진한 것을 시작으로 해서, 공개토론회, 법안설명회, 관계부처의 협의 등 장장 5년여의 시간을 거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제정ㆍ시행되게 되었다.


부끄럽지만 나는 직장에서 직원 청렴교육을 담당하기 전까진 이 법에 대해 전혀 관심이 없었다. 속칭 김영란법으로 언론이 시끄러울때도 평소대로 그냥 안받고 안주면 되는거 아닌가라고 단순히 생각하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법으로 여겼고, 왜 곳곳에서 법 시행 때문에 소란스러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공직사회, 더 나아가 우리사회가 경조사엔 얼마, 선물은 얼마, 이렇게 꼬치꼬치 하나하나 규정해야 할 만큼 그렇게 부패했던가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지금 우리사회가 보여주는 모습은 이런 내 의구심을 무색하게 한다. 이 법 시행이 몰고올 파장이 이리도 컸던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법시행 채비에 너무나 분주하고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추석 명절 선물 품목이 청탁금지법으로 인해 5만원을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들로 대체되는가 하면 청탁금지법 시행 전 오히려 비교적 값비싼 추선선물수요가 크게 몰려 백화점 업계들이 수요물량을 최대 20%까지 늘렸다는 언론의 보도를 보면 (물론 이런 선물들이 모두 청탁과 연관된 것은 아닐지라도) 우리사회가 이런 사소하다고 할 수 있는 부분까지 변화해야 할 정도로 인사치레를 비롯한 허례허식, 관행으로 포장된 부패의 정도가 이렇게 심각했나에 새삼 놀라게 된다. 아울러 그동안 내가 인식하고 있던 나자신과 내가 일하고 있는 공직사회의 청렴수준에 대해 되돌아보게 된다.


청렴에 대한 나의 인식은 금품 수수를 안한다는 좁은 시각에 머물러 있었던 거 같다. 이런 청렴에 대한 얕은 인식과 내가 공직사회에 속해 있기에 지극히 주관적일수 밖에 없는 시각의 영향으로, 나와 내주변엔 “받는 사람”이 없는데 이 정도면 청렴하지라고 자부했었다. 하지만 ‘15년 권익위 부패인식도 조사결과를 보면 내가 생각하는 공무원과 공직사회에 대한 부패인식 수준은 일반 국민의 그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공무원의 공직사회의 부패인식 수준은 3.4%인 반면 일반국민의 부패인식 수준은 57.8%로, 이 차이는 국민들이 기대하는 공직사회의 청렴 수준이 공직자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국민들 시각에서의 “부패”를 공직자들은 관행으로 여기고 문제의식을 갖지 못함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청탁금지법 시행을 계기로 일반국민의 공직사회에 대한 부패ㆍ청렴인식에 맞추어 공직자들의 기존 부패ㆍ청렴인식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일반국민이 공직사회가 부패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단순히 금품수수, 부정청탁의 문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에 더하여 정보의 독점, 불투명하고 무능한 업무처리, 국민 필요에 부응하지 못하는 서비스 제공 등의 여러 문제가 얼키고설켜 공직사회는 부패했다는 인식이 국민들의 머릿속에 뿌리를 내렸을 것이다. 그렇기에 금품수수, 부정청탁 거절과 같은 1차원적 청렴이 당연히 밑바탕이 되어야 하겠지만 이런 소극적인 청렴의 의미에서 더 나아가, 국민의 행정수요를 미리 예측하고 이에 부응하는 적극적 업무 수행, 투명하고 민원만족도가 높은 행정 수행이 곧 청렴이라는 확장된 청렴 의식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또한 스스로 청렴하다는 착각과 오만을 버리고 늘 자신과 조직을 돌아보는 자정능력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일인 2016년 9월 28일은 훗날 나와 너, 공직사회를 비롯한 각종 조직, 더 나아가 우리나라 전체에 모죽(毛竹)과 같은 청렴의 씨앗을 뿌린 날로 기억되기를 희망한다. 모죽은 심은지 5년 동안은 아무리 물을 주고 가꾸어도 싹이 나지 않지만 그 이후가 되면 하루에 80cm가 자라 한달쯤엔 30m로 성장한다고 한다. 5년 동안 깊게 뿌리를 내리고 내실을 다졌기에 그토록 빠른 성장이 가능할 터이다. 법이 시행되면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혼란스러울수도 있겠지만 그 혼란을 모죽이 견뎌내야하는 힘겨운 5년이라 생각하고 우리사회에 청렴의 뿌리가 깊게 자리잡기에 모두가 노력하자. 한사람 한사람의 청렴을 위한 노력들이 모이게 될 때, 비로소 우리는 어느덧 하늘 높이 뻗어 있는 청렴의 모죽을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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