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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도봉구 창1동 주민자치회관 한국무용팀 - “반달 아래서 대회 전날 연습하기도” - 천안흥타령 춤축제 실버부 우승 - 무용 처음이었던 사람들이 8년만에 이뤄낸 전국규모대회 우승
  • 기사등록 2016-10-17 14: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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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구 창1동 주민자치회관 한국무용 팀원들

창1동 주민자치회관 한국무용 팀은 ‘괴물’이라고 불린다. 대회만 나갔다면 우승을 해버린다. 지난해 동작·서초구청 대회에 나가서 종합우승을 한 일이 있었다. 그 전해인 2014년에는 서울시 전통무용연합회에 종합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일까지 천안에서 있었던 ‘천안흥타령춤축제2016’에 나가서 실버부 우승을 해버렸다. 천안대회는 전국대회다. 올해는 청소년부터 실버부까지 해서 참여한 팀은 총 145개 팀이며 공연인원수만 3천명에 달한다.


목요일 오전에 연습한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다. 창1동주민센터 3층 강당문을 여니 한복치마를 입고 오른발을 들고 오른쪽으로 천천히 돌고 있었다. 한 손은 어깨와 수평이 되고 또 다른 손은 귀 옆으로 붙여 찍어 올렸다. 모두가 한결같이 군무를 추고 있었다. 아이돌 군무만 봐왔던 필자는 어리둥절했다.


강단 한쪽에는 크게 현수막이 걸려 있다. 대상을 탔노라고. 가만히 서서 움직이는 모양을 사진에 담았다. 셔터소리에 아랑곳하지 않고 앞에서 지휘하는 강사의 움직임을 쫓아 몸을 움직이기만 했다.


■ 무용은 생전처음이었던 사람들


이 팀은 모두 무용을 배워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몇 번을 확인했다. 기사 써야 하는데 거짓말 하면 안 된다고. 정색을 하면서 모두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했다고 했다.


김은임 강사는 “정말 모두가 처음이었다”며 “처음엔 한 발로 못서기도 했고 기본을 배우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라면서 “함께한 시간이 길다보니까 호흡도 맞춰지고 실력이 늘어갔고, 매번 반복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한번 동작을 배우면 몇 번이고 연습을 해오니 실력이 늘 수 밖에”라고 덧붙였다.


김영순 회장은 “한국무용은 우리 고유의 전통을 담고 있고, 나이 든 사람이 하기 좋다”며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운동도 되고 무엇보다 같은 것을 공유하는 이들이 있어서 매우 즐겁다”라고 전했다.


옆에서 같이 무용을 하는 신정남 씨는 “젊을 때는 스포츠댄스도 해봤는데 나이가 드니 정박에 딱 맞는 정적인 한국무용이 너무 잘 맞더라”라고 말했다.


2008년에 처음 강좌가 개설됐을 때만 해도 50명정도가 몰려 두 개 반으로 나누기도 했었다고 한다. 현재는 20명 남짓. 정예멤버만 남았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김수연 반장은 “함께하는 모두가 돈독하다”며 “함께 즐거운 일을 하다보니 서로간의 사이가 좋다”고 말했다.



■ “반달 아래서 전날 새벽까지 연습하는 추억은 못잊어”


경연은 29일이었는데 28일에 내려갔다. 숙소 앞 마당에서 새벽 2시까지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긴장이 돼서 잠이 안왔고, 연습으로 그 시간을 채웠다고. 연습을 하다가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반달이 걸려 있고, 주변으로 작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는데 서로간의 특별한 경험이었다.


김 반장은 “무용연습할 때는 보지만 서로 깊은 속까지는 몰랐는데 전국대회를 다녀오고 나니 더 가까워졌다”며 “같은 추억을 공유하는 동반자로서의 관계가 만들어졌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실버부 경연에는 총 44개팀이 참여했다고 한다. 경연방식도 고달팠다. 예선, 본선, 결선이 치러지는 형태였다. 점수집계방식은 방송국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심사위원 개개인이 생각한 점수를 제출하면 전광판에 떠서 합산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은 예선에서는 3등으로 본선에 올라갔다. 본선에서는 2등이었다. 1등과 1점차이였다. 결선인 본무대에서는 우승을 했다. 2위와는 6점차이였다고 했다. 이들은 하룻동안 공연을 준비하면서 성장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어느정도 성적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예선 탈락 할 줄 알았지”라고 답했다. 예선을 통과할 때 자신감이 생겼다고 한다. 우승이 결정됐을 때는 기쁨을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기쁨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먼저 온 회원도 있었다. 우승 후 귀경길에는 수다도 없이 잠만 잤다고 한다. 이들이 하는 당일의 묘사들이 얼마나 긴장했고, 힘들었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에도 한 일화가 있다. 스포츠 댄스를 했었다던 신정남씨 이야기다.


“우승 후에 남편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는데 전화를 건 사람이 자랑을 했어. 자기 마누라가 천안흥타령 춤축제에 가서 9등을 하고 왔다고. 그리고 한참을 이야기 했다더라고. 그래서 남편이 지나가는 말처럼 툭하고 ‘아 그래? 우리 마누라도 거기 다녀왔는데 1등했다고 하던데?’라고 받아쳤다더라고. 거기서 물어봤대. 팀 이름이 뭐냐고. 남편이 ‘도봉구 창1동’이라고 대답하더니 상대가 창1동이래라고 외쳤대. 상대가 그때부터 풀이 죽은 목소리로 ‘아 행사장에서 유명했다고 하네. 축하한다고 전해줘’라고 말하고 전화를 툭 끊었어.”


이들은 팀명을 도봉구 창1동팀으로 참가했다. 행사장내에서는 도봉구 창1동이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스스로 도봉구 민간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왔다고도 강조했다.



■ 자리 비우니 험담 안하고 칭찬하는 사람들


인터뷰 중 이상한 현상이 있었다. 한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작은 목소리로 서로를 칭찬했다.


코미디 프로에서 서로 험담하는 것을 봤지만 칭찬하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우리 강사님 실력만 좋은게 아니라 마음씨도 고와. 매년 연말에 사비로 도봉구에 불우이웃 성금을 꼬박꼬박내. 이거 강사료가 얼마나 하겠어? 그런데도 매년...”


김 강사가 돌아오자 말을 줄였다. 그리고 돌아갈 때 쯤에 필자에게 다가와서 “아까 한 말 꼭 써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이런 형태의 이상한 칭찬을 듣느라 필자는 인터뷰중 아무도 자리를 비우지 않길 바라기도 했다.


■ 바빠질 창1동 한국무용팀


이번 전국대회 우승후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신입회원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과 타 지역에서 초청을 하고 있다고. 다음달 2일에는 과천으로 가서 공연을 한다. 현재 확정된 바는 없지만 서울시 주민자치회관 발표회 성격의 무대에 도봉구 대표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창1동 측에서는 예상하고 있다.


탐방을 마치고 나와서 어떻게 기사를 쓸까 고민을 해봤다. 그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니 형식이나 이런 것 보다 그들이 한 말을 원음대로 활자로 옮기기로 했다. 어떤 이들은 기사를 읽는데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도봉구 창1동 한국무용팀의 이야기는 최대한 그대로 옮겨야 했다. 꾸미고 싶지 않은 그들만의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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