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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10-24 10:4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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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김수영 청소년문학상-금상(고등부)


아빠의 장롱

이은혜(경상여고 3)
                                           
5아빠 장롱문 열고 그리로 들어가신다.
그곳엔 뭣하러 들어가실까 하루종일
그곳에 들어가 나오지 않으신다.
끼니도 거르고 오히려 배부른 표정으로 그곳에서
나오곤 하신다.
몰래 내가 뒤따라가 보았다.


우선 천장이 높았다.
샹들리에가 빛을 이고 머리 위에서 흔들렸다.
젊은 남녀가 뒤섞여 파티했다.
퉁명한 웨이터가 사람들에게 빈 와인잔을 나르고
사람들은 와인잔을 던져 깨트렸다.
산산조각난 유리가 발치에서 반짝반짝거렸다.
무대 위에서는 거구의 여자가 노래를 불렀다.
검은색 원피스가 망사처럼 벌어져 곧 터질 것 같았다.
공간을 꽉 채운 여자의 목소리가 내 가슴속까지 꽉꽉 눌러 담았다.


이곳을 얼른 빠져나가고 싶었다.
사람들의 어깨를 비집고 헤쳐나오다가 줄에
발등이 걸려 고꾸라졌다 턱을 찧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줄 끝에는 아빠가 자전거 페달 같은 것을 손으로 힘겹게 돌리고 게셨다.
거기 계셨군요.


아빠는 돌아보시지도 않고 계속 그 짓만 하셨다.
아빠의 손목을 그러쥐었다.
여자의 목소리와 샹들리에 빛이 꺼지면서 온통 어둠이었다.
나를 밀치고 다시 페달을 돌리기 시작하신다.


나는 이런 세상이 좋구나 모두 내 손안에 있잖니


아빠는 웃고 계셨다 배가 부른 듯 충만한 웃음이었다.
나는 겨우 장롱을 빠져나왔다 방 안이 궤짝 속처럼 어둡다.
허공에 페달을 꼽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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