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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11-14 13:2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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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의 가장자리에서
            
권명규(안양예고3)


내가 이불 속에서 몸을 뒤척일 때
오토바이는 잠의 가장자리를 달린다
배기음에 찢긴 허공에서 별빛이 흘러나오고


그러니까 소년들은 불이 되고 싶었던 거야
소년들의 심장 속에서 말라붙은 관목줄기가 자랐지만
오토바이 그림자에는 물 먹은 심지가 박혀 있었지
소년들이 차가운 허공에 불을 그어도
눅눅한 파찰음만 도로 위로 떨어지고


소년들의 부서진 가계는 점점 어두워진다
웅크린 그림자들이 고인 방구석에서
깨진 유리병에 발목을 베이고
도수 높은 울음이 옷자락에 스며들면
소년들은 그늘이 덮인 집을 박차고 나와


캄캄한 밤의 입속으로 달려들어갔다
습기와 증류된 한숨이 몸을 움켜쥐던 집을,
소년들은 불태우고 싶었던 거다


다시 오토바이 소리,
밤을 모조리 불태울 듯이 머플러가 울리면
소년들의 얼굴은 터질 듯 붉어지는데
도로에는 불씨가 튄 자국만 파여 있고
소년들은 불이 되지 못한다
다만 잠의 가장자리를 겉돌며
창문 밖으로 고함을 치는 사람들을 지나칠 뿐


이건 잠의 후렴구에 맴도는 불꽃에 관한 이야기
기름냄새가 밤을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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