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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6-11-23 11: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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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진 (강북소방서 의용소방대)

2016년 2월 5일 설을 3일 앞두고 화재복구현장인 인수봉로에 모인 의용소방대원들과 소방관, 소방차, 청소차들.


내가 강북의용소방대에 들어오기 전에는 소방서와 소방대원들은 화재진압과 119구급활동만 하는 줄 알고 있었다.


화재가 나면 출동해서 불을 끄고 나면 불이 나 타버린 그 집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지도 않았고 누구에 의해 그 현장이 복구되는지 의문을 가진 적도 없었다.


의용소방대에서 하는 여러 봉사 중 화재피해복구 재활지원단 활동문자를 보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지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 한 체 마냥 보람차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지원해서 출동한 첫날.




산기슭에 자리한 피해가정에 가기위해 모인 장소에는 봉사대원 10여명과 소방차, 소방대원들 그리고 쓰레기 청소차와 환경미화원까지 단순한 내 예상을 벗어난 규모의 사람들과 차들이 모여들어 분주히 준비 중이었다.


비탈진 곳이라 차가 올라가지 못해 입구에서 기다리고 우리 모두는 등산을 하다시피 경사진 언덕과 좁은 길을 통해 피해가정으로 올라갔다.


화재는 다행히도 주거공간이 아닌 장독대 근처에서 있었기에 인명피해 없었으나 장독대의 어린아이도 들어 갈만한 커다란 항아리들과 불에 눌러 붙은 플라스틱 대야 등 집기들은 화재당시 뿌린 물로 얼어붙고 녹아내려 주인 할머니의 힘만으로는 복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화재진압 때 신속히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것처럼 소방관들은 그분들이 할 일과 우리 의용소방대가 할 일을 분담하고 즉시 망치와 삽을 들어 얼어붙은 항아리를 깨고 현수막을 재활용한 자루에 화재에 타다 남은 집기를 넣고, 또 그 자루를 들고 산기슭을 내려가 대기중인 청소차에 옮겨 놓는 등 뿌연 먼지와 추운 날씨에도 흘러나오는 땀 속에 한참동안 묵묵히 계속 되었다.


그 와중에 복병은 위험스러운 항아리 파편도, 살짝 얼어버린 가파른 언덕길도, 답답한 마스크로 숨 쉬는 것도 아닌 깨진 항아리속 된장과 굳어버린 염화칼슘, 추위속에 얼지도 않고 질퍽하게 퍼져버린 형태로 치우기 난감한 된장은 이미 우리가 익히 알던 구수함을 잃어버린 체 축축하고 무겁고 매우 향기로운? 애물단지가 되어버릴 줄은 정말 몰랐고 비탈길을 안전하게 지켜줄 염화칼슘이 불과 물에 돌보다도 더 단단해져 모두를 힘들게 할 줄이야.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 사람의 손이 함께 힘을 합치면 태산도 옮길수 있다는 것을 또 한번 느끼게 되는 순간이었다. 어느새 피해현장은 깨끗이 치워져 새로운 집기들이 들어올 자리가 마련되었고 근심 가득하던 할머니의 얼굴도 환하게 밝아지며 현장이 마무리되어 갔다.


마지막 포대자루를 실은 청소차도 떠나고 분주한 대원들과 봉사자들 틈에서 움츠리고 있던 할머니댁 강아지가 뛰어다닐 때 의용소방대 담당 현승규 소방관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무언가를 들고 올라 왔다.


소방관 손에 들려 있었던 건 명절 선물세트 상자였는데 설을 앞두고 난 화재로 더욱 쓸쓸해 할 할머니를 위해 의용소방대의 이름으로 전달하셨고 예상치 못한 선물을 받아든 할머니는 무척 좋아하셨다.


화재현장을 복구해주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피해 할머니의 마음까지 어루만져주는 저것이 진정한 봉사가 아니겠는가 깨달으면서 그런 세심함까지 갖춘 소방대원이 있는 강북은 안전에 사랑까지 가득한 행복한 지역이라 느끼며 참 뿌듯한 순간이었다.


일을 마치고 내려오는 대원들에게서 매캐한 불냄새, 은은한 된장냄새가 났지만 땀으로 얼룩진 얼굴에는 다들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비탈길을 내려와 소방대원님들은 쉴 틈 없이 다시 자신의 본분으로 돌아가려 차에 올랐고 ‘수고하셨습니다.’ 라는 말씀을 뒤로한 체 소방서로 복귀하셨다.


소방대원들은 불을 끄는 일까지만 하는 줄 알았는데 그 일만으로도 참 고되고 무척 고마운 일인데 화재피해현장 수습에까지 나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모습에 놀라고 이런 일련의 업무를 모르고 있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지면서도 이제라도 그들과 함께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화재신고가 떨어지면 5~10분 사이 충돌하여 화재를 진압해주고 피해현장 복구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는 소방대원들이 있기에 강북구가, 이 도시가, 그리고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참으로 안전하고 또 따뜻할 것이라 확신하고 의용소방대원으로 대원들과 더불어 봉사 할 수 있어 너무나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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