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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6-08 17:4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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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 이용민 소장

농아인의 날(6.3.)은 1997년 농아인 스스로의 정체성을 회복해 자립을 도모하고 농아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사회통합을 이루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농아인은 수어를 모국어로 쓰는 ‘농인’과 음성언어로 소통하는 ‘난청인’을 모두 말한다. 


농아인의 날은 조선농아인협회가 설립된 1946년 6월을 기념하는 ‘6’과 귀의 모양을 형상화한 ‘3’이 결합된 의미라고 한다.


최근 농아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코로나19 정부 브리핑 시 장애인 단체에서 수어 통역에 대한 요구로 수어 통역사가 대동하고, ‘#덕분에 챌린지’ 등의 이벤트는 농인과 수어가 우리 사회에 주목받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에 힘입어 올해 2월 3일이 제1회 한국 수어의 날로 지정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러한 관심에 비해 사회적인 제도는 걸음마 단계다. 수어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 대사전에 수록된 표제어(423,188개)의 0.9%에 불과하며, 특히 동·식물 분야 수어는 61개로 국어(17,243개)의 0.4%에 그쳐 농아인들의 표현에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진달래나 무당벌레와 같은 동식물조차 한국수어 사전에 없다. 동식물에 대한 표준화된 수어가 없다 보니 임의적으로 지역별로 달리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서울, 부산, 광주, 제주 등에 있는 농아인들이 서로 만나게 되면 개나리에 대해 표현의 방식도 모두 달라서 생태교육이나 대화하는 데 한계가 있다. 많은 수어 통역사가 있어도 생태 관련 단어가 없어 통역을 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그래서 북한산국립공원도봉사무소에서는 지난해 ‘소리를 보여주는 사람들(소보사)’ 대안학교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호랑나비, 민들레 등 생태수어 60종을 개발하였다. 


수어 생태도감은 농아인들이 직접 참여해 동식물들의 형태와 특성 등을 배우고 이해하며 직접 개발했으며, 수어 전문가가 감수하는 등의 노력으로 개발·제작됐다.


시인 김춘수의 시 ‘꽃’처럼 그저 몸짓에 지나지 않은 것들이 수어로 하나하나 이름을 붙이자 의미로 다가왔다. 또한 농인들에게 자연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 생태감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에 국립공원공단에서는 ‘농아인의 날’을 기념하여 수어생태도감 개발에 참여한 공로로 대안학교 ‘소보사’에 이사장 감사패를 수여하여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수어 생태도감과 더불어 국립공원공단에서는 ‘농아인의 날’ 기념일인 6월부터 전국 9개 국립공원에서 청각 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어 해설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수어 해설은 지리산, 북한산, 경주, 계룡산, 설악산, 내장산, 주왕산, 다도해해상, 무등산 등 9개 국립공원에서 운영되며, 해설사와 수어통역사가 함께 진행한다. 앞으로 다양한 수어 해설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올해 산개나리, 오색딱따구리, 호반새 등 50종의 자연생태 용어를 새로이 개발할 예정이다.


‘나비효과’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2004년 개봉한 영화인 ‘나비효과’로 더욱더 알려진 이 용어는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즈(Lorenz, E. N.)가 사용한 용어로 어느 한 곳에서 일어난 작은 나비의 날갯짓이 뉴욕에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론처럼 국립공원에서의 농아인에 대한 수어 생태도감 개발, 수어 자연해설 등의 작은 날갯짓이 우리나라 전국에 더 나아가서 세계에 시나브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를 막연히 기대해 본다.


농아인의 날을 계기로 사회 저변에 소외되어 있는 농아인에 대한 근본적인 관심과 개선 노력에 기울여 주기를 희망한다. 또한 그들의 자연을 향한 손짓사랑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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