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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1-08-31 19:2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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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구의회 고금숙 의원

강성국 법무부 차관은 ‘택시기사 폭행사건’으로 임명 5개월 만에 사퇴한 이용구 전 차관의 후임으로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내고 2015년부터 법무법인 지평에서 변호사로 활동한 인물이다. 작년 7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법무실장으로 임용했다. 


그런 그가 탈레반의 보복을 피해 국내에 입국한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발표한 브리핑에서 ‘황제 의전’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시간당 10mm 안팎의 꽤 많은 비가 내렸으며, 10분 넘게 이어진 브리핑 내내 법무부 직원이 강성국 차관 뒤에서 무릎을 꿇고 우산을 씌워준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된 것. 


이 모습이 언론사와 유튜브 생중계 등을 통해 보도되면서 시청자들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차관이 상전이냐’, ‘우산도 혼자 못 드는가?’, ‘조선시대 같다’, ‘실내에서 발표해도 될 텐데 굳이 밖에서 쇼를’, ‘저래놓고 무슨 인권 타령이냐’, ‘부모님이 보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등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실제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인권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번 구출 작전과 관련해 “이로써 우리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 옹호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는 국제 대열의 한 축이 되었다”고 자평했다. 


법무부 대변인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방송용 카메라가 앞에 있어 보좌진이 눈에 띄지 않으려고 하다 보니 이런 장면이 연출된 것 같다. 지시나 지침에 따른 행동은 전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온라인상에는 해당 장면의 앞뒤 상황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이 공개되면서 또 다른 논란을 낳고 있다. 


영상을 자세히 보면, 법무부 직원이 해당 보좌진에게 좀 더 낮은 자세를 요구하는 듯, 우산을 들고 있는 팔을 잡아 아래로 끌어당기거나 브리핑을 마친 차관이 무릎 꿇은 직원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보좌진이 키가 커서 차관의 얼굴 옆으로 손이 나왔다. 취재진이 아래로 내려 달라는 요청을 취했던 것 같다. 그래서 기마 자세로 있다가 무릎을 꿇은 것 같다”고 해명한 바 있다. 


실제로 영상에는 노란색(라임색) 민방위복을 입은 한 직원이 차관의 뒤로 우산을 든 보좌진의 팔을 잡고 아래로 살짝 끌어당기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브리핑을 마친 직후, 강성국 차관이 뒤를 돌아봤지만 무릎을 꿇고 있는 보좌진에게 별다른 말없이 발표 자료를 건네는 모습도 나온다. 해당 보좌진은 살짝 휘청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곧바로 강성국 차관에게 우산을 씌어줬다. 


이 장면을 두고 많은 국민들이 화를 내고 있으며, ‘우산 의전’에서 ‘황제 의전’이라 비난하는 것이다. 바로 등 뒤에서 무릎 꿇은 채 우산을 받쳐 든 직원의 행동을 차관은 정말 몰랐을까? 미처 살피지 못했다고 하는데 그런 인지 능력이라면 차관뿐만 아니라, 정상적인 업무 수행 자체도 어려운 것이 아닐까 국민들은 의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런 장면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고압적인 분위기에 있다. 부하직원을 소품으로 대하는 형편없는 인권감수성이 통하는 법무부를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국민의 정서와 상식에서 벗어난 의전 때문에 정부의 뒤떨어진 시대 인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하나의 상징이 되고 말았다. 대한민국의 미래인 젊은 청년에게 무릎을 꿇려가며 받은 의전이 행복했을까? 툭하면 인권 타령하던 모습은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그 직원도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 아닌가? 


차관 나리의 반성은 진심일까? 아무리 되짚어 봐도 대한민국의 정의를 대표하는 법무부가 국민 앞에 브리핑하는 자리에서 직원의 무릎을 꿇린 모습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부하 직원에게 모욕을 준 공직자는 국민 앞에 설 자격이 없다. 취재진 탓을 하는 법무부의 해명은 아랫사람들의 노고에는 관심이 없는 문재인 정부 특유의 ‘남 탓’으로 밖에 안 보인다. 직원의 인권도, 국민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는 법무부 차관의 우산 의전, 그것은 명백한 ‘황제 의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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