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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박문수 의장,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려고 하나 - 관내 출장여비 미끼로 구의원들 종속시키려는 의도 엿보여
  • 기사등록 2017-01-24 14: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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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석 편집인
박문수 의장이 구의원들의 관내 출장경비에 관해 들고 나온 기상천외한 궤변을 보면 어느 구민도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주장은 구의원들이 어떤 내용, 성격의 행사에 참석하더라도 의장의 명을 받으면 곧 그것이 공무여행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 “지역 여론이 좋지 않다면 구의회 의원들과 협의하겠다”면서도 다른 한 쪽으로는 꼼수를 쓰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박 의장 주장대로라면 관내 노래자랑대회에 자리를 빛내 달라는 뜻으로 초청받은 구의원에게 박 의장이 ‘다녀오시라’ 혹은 ‘참석하시라’는 식의 명을 내리면 저절로 공무상 참석이 된다. 김장김치 담그기 행사, 관내 걷기행사 등등도 마찬가지다. 마이더스 임금이 만지는 물건마다 황금이 되게 만들었다는 옛날 신화처럼 박 의장의 명만 있으면 모든 행사가 공무행사가 되게 된 것이다.


이제 강북구민들은 어렵게 만들어놓은 민주질서가 강북구에서 사라지게 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구의원들은 관내 출장여비를 받기 위해 어떤 행사에 참석하든 의장의 명을 받으려 할 것이고, 그러자면 의장의 눈밖에 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의장의 독단적 행태를 막아야 할 의원들이 거꾸로 의장에게 종속되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관내 출장여비를 미끼로 구의원들을 좌지우지하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지역여론이 이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것을 알면서도 ‘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강행하려는 것은 구민위에 군림하려는 것과 다름없다. 박 의장은 의원들의 권한을 의장으로서 찾아주는 것이라고 했는데, 구민들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구의회가 의원들의 권한을 먼저 앞세우고 지역여론은 뒷전이라는 말인가.


특히 박문수 의장이 문제의 관내 출장여비를 처리하는 방식도 말썽의 소지가 있다. 관내 출장을 갔다온 증빙자료를 강북구의회 비서실에서 처리하게 했기 때문이다. 박 의장은 사무국의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라고 변명하지만 엄연히 사무국과 비서실이 할 일이 구분돼 있고 그 업무 성격도 크게 다르다. 그렇다면 박 의장은 공무원들의 직무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는 얘기인가. 그는 언제 그런 무소불위의 권한을 누구로부터 받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끝으로 이 사안의 부당성을 꾸준히 제기해온 본지 기자를 쏙 빼놓고 기자회견을 하는 행태 또한 문제다. 할 말 하고 정론을 펴는 본지가 그렇게 두려운가. 그렇다면 박 의장은 이참에 의사봉을 내려놓고 자연인으로 돌아오라. 그 길만이 구민에게 진정으로 봉사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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