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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23-04-04 18:2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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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북부보훈지청 보상과 박선민

한반도 반만년 역사의 시계를 24시간으로 치환했을 때 국민이 나라의 주인인 자유민주주의 시대는 18분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금은 당연하게 누리는 가치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시대가 우리 역사의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는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에서 선포하였다. 군주의 나라인 대한제국에서 국민의 나라인 대한민국으로 이행하게 된 역사가 올해로 104주년이 되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상하이와 블라디보스토크, 그리고 한성의 정부를 통합하고 같은 해인 1919년 9월 대한민국 임시헌법 제2조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대한인민 전체에 재함을 명시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헌법 전문은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이 명문화되어있고 헌법 1조는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임을 선포하고 있다.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잃지 않기 위해서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일제의 억압에도 굴복하지 않고 27년간 상하이 정부와 충칭 정부에 이르기까지 4,000km에 이르는 여정을 통해 자주독립과 주권재민 정신을 지켰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을 잊고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그저 당연한 일상으로만 여긴다면 이 중요한 유산을 언제든지 잃을 수도 있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 된 대한민국의 중요한 시작을 잊지 않기 위해,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잃지 않기 위해 국가보훈처는 2022년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을 개관했다.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1층 옥외광장에는 대한민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이르는 역동성을 감각적으로 인지할 수 있도록 표현한 ‘역사의 파도’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을 통해 단절된 역사 속에서의 개인이 아닌 존재의 스펙트럼 안에서 이어지는 민족으로서의 나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꽃이 피는 따뜻한 봄이 되면 뺨이 얼얼할 정도로 추웠던 지난겨울이 생각나지 않을 만큼 매일 하루씩을 잊어가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역사와 민족이란 개념은 어쩌면 너무나 추상적 관념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뒤로 젖혀 만개한 꽃나무를 올려다보면 저마다의 높이에서 자라난 나뭇가지들이 하나의 프레임 안에 아름답게 겹쳐 보인다. 각자의 위치와 시간에서 자라난 나뭇가지들이지만 같은 뿌리를 두고 꽃을 피워낸 하나의 나무. 


거대한 역사적 파도와 존재의 스펙트럼 안에서 어느 시점의 역사적 사실을 기념하는 일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서 꽃나무를 조망하는 일과 닮아있다.


역사적 토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과거와 단절된 존재가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아름다운 꽃나무임을 이 봄날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그들이 내게 남긴 것들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것. 매일 잊어가면서도 영원히 잃지 않는 일. 또 다른 봄을 기다리며 지키는 일. 꽃나무 아래를 걷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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