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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8-12-06 00: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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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북부보훈지청 보훈과장 이희경

1980년대에 반짝 출시되었다가 사라진 코카콜라사의 뉴코크. 펩시가 ‘펩시 챌린지’라는 마케팅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자, 굳건하게 지켜온 업계 내 아성을 위협받은 코카콜라사가 400만 달러와 19만명의 대규모 소비자 블라인드 테스트를 거쳐 내놓은 결과물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참담 그 자체였다. 부진한 매출, 40만통의 항의전화와 편지에 백기를 들 수 밖에 없었던 코카콜라사는 2년간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던 ‘신제품’을 접고 기존의 오리지널 코카콜라를 다시 내놓아야만 했다. 신제품을 내놓은지 불과 77일만에 말이다.   


소비자 테스트 참가자 60%이상이 뉴코크가 오리지널 코카콜라보다 맛이 더 낫다라고 평가했음에도, 신제품 뉴코크가 이렇게 실패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코카콜라사는 펩시가 바짝 추격해오는 위기 상황에 쫓겨 소비자 테스트 결과라고 하는 단편적인 데이터만 보았을 뿐, 넓은 시각으로 시장과 소비자의 면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했다.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오리지널 코카콜라는 단순한 음료 그 이상의, 맛을 뛰어넘는 상징적 존재였다. 뉴코크의 출시가 오히려 오리지널 코카콜라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고 오리지널 콜라가 없어짐으로 해서 그것과 함께했던 자신들의 추억도 잃어버릴거란 정서적 불안감을 가졌던 것이다. 어떤 소비자는 오리지널 코카콜라를 먹고 싶다는 아내를 위해 주 경계를 넘어서까지 사재기를 했고, 어떤 소비자는 오리지널 코카콜라가 없어지는 것에 대한 슬픔을 편지를 통해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코카콜라의 경영진들은 소비자들의 이런 생각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먹다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일관했고, 결국엔 소비자들의 항의폭탄을 맞게 된 것이다.


비록 위 내용은 제품 혁신의 영역에서 발생한 실패사례지만, 뉴코크의 실패는 모든 혁신의 영역에 적용될 수 있는 두 가지 큰 교훈을 준다. 첫째, 상황에 대한 근본적 이해가 없는 혁신은 실패할 위험이 매우 높다는 점, 둘째, 혁신은 혁신시키는 사람이 아닌 받아들이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간 정부와 기업, 작게는 일개 민간 조직까지 혁신을 외쳐왔다. 혁신의 바람과 물결은 끊임없이 불어왔고 또 밀려왔다. 내가 몸담고 있는 공직사회도 예외는 아니다. 정부가 올해 3월 발표한 정부혁신종합계획에 따라, 일하는 방식 개선, 행정대상 등에 대한 불필요한 규제, 제도를 혁신하기 위해 각 기관들마다 자체 혁신과제를 선정해 분주히 추진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그 분주함 속에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뉴코크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혁신 목표설정 및 추진과정에서 조직 구성원들과 종국의 수혜 대상이 되는 자들의 목소리를 적절히 담아냈는지, 무늬만 혁신이 아닌 ‘실질적인 혁신’을 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는 점이다.


한해의 혁신 성과를 서서히 거둬들이고 정리해야 할 지금에 와서 혁신의 기본과 근본됨을 생각하는 것은 다소 늦었다고 생각될 수 있다. 하지만 혁신은 올해만 하고 마는 것이 아닌 향후로도 계속되어야 하는 부단한 과정이므로, 그 목표와 그 과정을 재정비해 의미있는 혁신 결과를 얻을 수만 있다면 늦음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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