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민의 15년 숙원, ‘우이-방학 경전철’ 사업이 마침내 첫 발을 내딛은 기공식 날, 현장은 축제 분위기라기보다 비난과 반박의 정치현장을 보는 듯했다.
강북의 교통 소외를 해소하고 지역 발전의 혈맥을 잇는 이 역사적 순간, 단상에 오른 오기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의 축사는 주민들의 환호 대신 불안을, 축하 대신 정쟁을 부추기는 ‘찬물’에 가까웠다. 반면, 뒤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선동 국민의힘 도봉(을) 당협위원장은 앞으로의 행정 절차 안내와 팩트체크를 통해 오 의원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주민들을 안심시켰다.
두 정치인의 축사는 단순한 여야의 입씨름이 아니었다. 그것은 ‘정치 공세’와 ‘실무적 해결’이 어떻게 다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기공식’인가 ‘희망 고문’인가? 오기형 의원의 섣부른 불안 조성
오기형 의원은 축사 시작부터 “정치인은 다 사기꾼”이라며 “착공식이냐 기공식이냐”며 용어 문제로 트집을 잡았다. 또 서울시 공문을 근거로 “실질적 착공은 내년 10월”이라며 행사의 의미를 격하시켰다. 예산 문제를 거론하며 서울시가 의지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고, GTX 착공식의 예를 들며 이번 행사 역시 ‘쇼’에 그칠 수 있다는 뉘앙스도 풍겼다.
이처럼 잔칫날에 초대자를 제쳐놓고 “밥이 설익을지도 모른다”며 다른 손님들에게 겁을 주는 행태는 책임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태도라기보다, 상대 당소속 시장의 성과를 깎아내리려는 옹졸한 정치 공학이라는 인상을 줬다. 15년동안 “이게 될까?”라고 생각해온 주민들에게 “반드시 된다”는 확신을 줘도 모자를 판에 당이 다르다는 이유로 잔치상에 재를 뿌린 셈이다.
김선동 위원장의 ‘팩트 폭격’, 불안을 확신으로 바꾸다
오 의원이 뿌린 불안의 불씨를 끈 것은 김선동 위원장이었다. 김 위원장은 오 의원의 주장이 행정 절차의 맥락을 생략한 ‘반쪽짜리 주장’이라는 점을 ‘팩트’로 반박했다.
첫째, ‘예산’에 대한 반박이다. 오 의원이 내년도 예산 편성 액수를 문제 삼자 김 위원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총사업비(4,690억 원)가 이미 결정됐다”고 반박했다. 국책 사업이나 대형 인프라 사업에서 기재부가 총사업비를 확정했다는 것은 곧 ‘예산이 해결된다’는 뜻이다. 연차별 예산 배정은 행정적 절차일 뿐, 사업의 존폐를 흔드는 변수가 아니다. 김선동 위원장은 “총사업비가 결정됐기에 예산 논란은 무의미하다”며 예산편성 원리를 주민들에게 이해시켰다.
둘째, ‘지연’에 대한 해명이다. 오 의원이 턴키 방식 도입 후 사업이 지연된 점을 지적하자, 김 위원장은 지연의 원인이 ‘유찰’에 있었음을 명확히 했다. 적자 노선이라는 한계로 인해 기업들이 입찰을 꺼려 두 번이나 유찰되었으나, 오세훈 시장의 용단과 관계자들의 노력으로 결국 컨소시엄(한라건설 등)을 유치해낸 ‘과정’을 설명했다. 이는 늑장 행정이 아니라, 난관을 뚫고 사업자를 찾아낸 ‘성과’라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도봉당’이 필요한 이유
오기형 의원이 이처럼 이번 행사의 의미를 격하시키고 주민들에게 ‘잘 안될 수도 있다’는 식의 불안을 심어주려 한 반면, 김선동 위원장의 축사에는 사업의 메커니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이를 성사시킨 이들에 대한 인정, 그리고 주민 안심을 유도하는 메시지가 있었다.
김선동 위원장은 “오늘 같은 날은 당을 떠나 ‘도봉당’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정답이다. 15년을 기다린 주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내년 예산이 적네, 착공이 늦네” 하는 식의 훈수와 불안 조성이 아니다. 이미 가동하기 시작한 수레바퀴가 멈추지 않도록 힘을 모으고, 확정된 미래를 함께 축하하는 자세다.
기공식장은 문제의 잘잘못을 따지는 청문회장이 아니다. 오기형 의원 스스로는 이를 ‘감시’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주민들이 보기에는 ‘어깃장’에 가까웠다. 오랜 시간 참으며 이때를 기다려온 주민들과 함께 기뻐하기는커녕, 도봉구간 지상화 문제를 같은 당이 추진할 때조차 막지 못했던 입장에서 남이 차려놓은 잔치상에 찬물을 끼얹는 실수를 범한 것이나 다름없다. 행정의 디테일을 꿰뚫고 주민의 불안을 해소한 김선동 위원장의 “더 이상 걱정할 일 없다”는 선언이, 이날 기공식의 진정한 축사로 남을 것이다. 정치는 팩트 위에서 주민을 통합할 때 비로소 그 가치를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