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날아온 후보, 지역 졸로 아나’
민주당 후보 칼럼 그대로인 강북을 선거
22대 총선 후보등록 마지막날 서울 강북을 지역구에서 벌어진 민주당 후보 선정과정은 말그대로 ‘주민 무시’라는 네 글자로 요약되는 사태다. 여러모로 함량 미달인 정봉주 후보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자 그를 밀어낸 뒤 조수진 변호사를 ‘말뿐인’ 경선으로 등장시켰으나 결국 성폭력 가해자 변호 사실이 드러나 낙마했다. 여기다 막판에 새로 전략공천 된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도 기자 시절 썼던 칼럼이 오히려 자신의 현 처지를 지적하는 모양새가 돼 논란이다.
한민수 후보는 2016년 4월 국민일보 논설위원 시절 ‘황당한 선거구’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하루아침에 날아온 후보, 지역구민 졸로 아나”라는 내용으로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민 의사와 상관없이 내리 꽂는 식의 하향식 공천을 비판했었다. 그런데 자신이 그런 상황에 놓이자 별일 없었다는 듯이 당의 공천을 받아들였다. 이쯤 되면 기자의 양심이라거나, 최소한의 상식이라거나 하는 따위의 지적은 사치스런 이야기가 될 지경이다. 게다가 송파구에 사는 한 후보자는 주민등록 이전 기간을 못 지키는 바람에 정작 투표는 강북을 지역에서 할 수 없는 처지다. 자기 선거구에서 투표를 못하는 후보라니, 이런 코미디가 또 어디 있나.
본인들 사정이야 그렇다 쳐도 이렇게 몇 차례나 후보를 입맛대로 바꿔가면서 공천을 하는 민주당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가 싶다. 새로 공천을 받은 한민수 후보의 칼럼 내용처럼 ‘지역구민을 졸로 아는 게’ 아니면 이럴 수가 없다. 역대 강북을 지역에서 민주당 이외의 후보가 당선된 적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여서 누굴 갖다 놔도 될 거라는 식의 생각이 이번 공천에 작용한 것이라면 주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려도 심하게 건드린 것이다. 수십 년 동안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지역이 여전히 ‘서울의 변방’ ‘낙후지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와중인데도 이런 식인걸 보면 그간 민주당이 지역발전을 위해 한 게 없다는 말이 터무니없는 주장은 아니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강북을 지역에서 표출된 중앙당의 무리수는 단지 특정 지역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이번 총선을 놓고 중앙 정치권에서는 ‘정권 심판론 대 운동권 퇴진론’으로 표심을 잡으려는 모양인데, 참 한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다. 양당의 그 주장은 날로 오르는 물가와 미국 대선 및 중국문제 등으로 혼란스런 외교관계 등 우리 민생과는 별다른 상관이 없다. 그래서 지역구 의원 후보들은 지역의 발전을 기반으로 나아가 국가발전을 위해 어떻게 봉사하고 일할 것이냐를 유권자들에게 호소해야 한다. 주민들은 스스로가 허수아비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면 어떤 후보가 진정으로 중앙당의 지시에만 따르지 않고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는지를 잘 살펴야 한다. 중앙당에서 ‘저기는 누굴 데려다놔도 된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존재는 유권자들뿐이다. 앞으로 4년 강북 지역의 발전 여부는 유권자들에게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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