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유한)서울센트럴 대표 변호사 김상배
어릴 때 시골에 살다 보니 마당 구석이나 장독대에 놓인 쥐덫을 본 적이 자주 있다. 쇠로 된 쥐덫을 양쪽으로 벌린 후 그 중간에 판을 놓고 판 위에 쥐들이 좋아하는 미끼인 고기 조각이나 고구마 조각, 쌀 등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쥐가 미끼를 먹기 위하여 판을 건드리는 순간 양쪽으로 벌어진 쥐덫은 강철 스프링에 의하여 엄청난 속도로 닫히면서 쥐의 머리나 다리 일부라도 쥐덫에 걸리면 쥐는 결코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거친 먹이만 먹다가 고기나 고구마 조각, 쌀은 쥐에게는 얼마나 달콤한 유혹이었을까.
그 달콤한 유혹이 자신의 목숨을 빼앗아 갈 덫이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쥐는 눈앞의 공짜 미끼에 현혹되어 조심스럽게 발을 내디뎠을 것이다.
지켜보는 사람이 없으니 한 입만 먹고 돌아가자고, 아니면 살짝 맛만 한번 볼까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순간 ‘철컥’ 하는 소리와 함께 벌어졌던 쥐덫은 닫히고, 쥐는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는 신세가 된다. 쥐덫이 닫히면서 바로 목숨을 잃기도 한다.
공짜라고 믿었던 미끼는 결국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하는 함정이었던 것이다.
러시아 속담에 “공짜 치즈는 쥐덫에만 있다”는 말이 있다.
인생을 살아가며 이 속담만큼 진실에 가까운 말이 또 있을까 싶다. 세상에는 정말 달콤하고도 매력적인 ‘공짜 치즈’들이 넘쳐난다. 대가 없는 이익, 노력 없이 얻는 성공, 책임 없는 쾌락...
눈앞에 놓인 달콤한 유혹에 우리는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보는 사람이 없으니 괜찮을거야”, “이번 한 번쯤은 괜찮겠지”, “작은 거니까 나중에 문제 되지는 않을거야”, “나하고 알고 지낸 게 몇 년인데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하겠어”라고 생각하며 덥석 그 치즈에 손을 내민다. 그러다가 그 치즈가 곧 나를 옭아매고 목숨까지 빼앗아 가는 덫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된다.
자신이 받는 한 달 월급도 되지 않는 돈을 받았다가 직장에서 쫓겨나고 영어[囹圄]의 몸이 되기도 한다. 손쉬운 돈벌이에 뛰어들었다가 사기꾼이 쳐놓은 덫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기도 하고, 공짜로 받은 주식 정보를 자기만 아는 엄청난 비밀 정보로 생각하고 투자했다가 전 재산을 잃기도 한다. 순간의 즐거움을 위해 책임 없는 행동을 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맞기도 한다.
“6000만원짜리 목걸이가 뭐라고” 얼마 전에는 그 목걸이 때문에 제일 높은 위치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함께 보기도 하였다. 이 모든 것이 공짜 치즈의 유혹에 넘어간 대가다.
물론, 세상 모든 것이 유료인 것은 아니다. 따뜻한 햇살, 가뭄에 내리는 단비, 시원한 바람, 맑은 공기처럼 자연이 주는 선물들은 아직은 대가 없이 주어지는 축복이다. 다만 맑은 물은 유료가 된 지 이미 오래 되었다.
가족들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 사랑하는 연인의 관심과 사랑. 친구와의 친밀한 우정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 엄청난 힘이 됨에도 거기에 직접적인 대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돈으로 살 수도 없다.
하지만 인간의 욕망이 얽힌 관계나 물질적인 영역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공짜는 없다. 어떤 형태로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가 돈이 아닐지라도, 우리의 시간, 노력, 평판, 혹은 양심이 될 수도 있다.
세상에 일어나는 여러 일들을 바라보면서, 그리고 변호사로서 여러 사건들을 가까이에서 접하면서, 혹시 내가 지금 당장의 달콤한 치즈에 눈이 멀어 미래의 나를 덫에 가두고 있지는 않은지 자주 되돌아보게 된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필요한 덕목은 눈앞에 놓인 공짜 치즈 뒤에 숨겨진 덫을 알아보는 지혜일 것이다.
공짜 치즈의 유혹을 뿌리치고 묵묵히 정도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현명한 삶의 태도라는 것을 깨닫는다.